롯데에 관한 기억

그냥 갑자기 문득 생각나서 쓰는 글.

롯데를 처음 접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론 아마 우승 해인 1992년.
한창, 부산 경남 아재들이 불내고 있을 무렵인 그 해 여름,

난 중환자실에 있었지...가을즈음이었나? 그 난리통에, 중환자실과 옮겨간 일반환자실에서도 '롯데'라는 이름과
'염종석'이라는 이름을 들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야구를 접하고, 야구에 빠져들게 될 무렵인 94년. 아마 이 때 야구 열기는 상당했었다.
해태엔 이종범이 0.393 이란 경이적인 타율에, 84도루
LG는 신바람 야구로 말그대로 신나는 야구를 하고 있었고,
태평양은 막강 투수진으로 리그를 휘저었고, 무엇보다 내 뇌리에 남은건
빨간코를 하고 있는 롯데의 좌완에이스, 주형광의 등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다른 선수들보다 훨신 어려보이는 그 모습으로, 위협적인 공들을 던지는 모습이 너무 인상깊었고

그 해 나는 아마, 처음으로 야구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고, 치고, 달렸다.


94년엔, 주형광 말고도 기억에 남는 남자라면 역시, 공필성. 몸으로 맞고 어떻게든 진루하려던 그 모습이 참 이상깊었다.


그리고 때는 95년. 내 인생 가장 야구에 불태운 해이고, 정말 롯데라는 팀에 애정을 가지게 된 년도다.


전준호, 공필성, 마해영, 임수혁, 김응국, 김민재, 주형광, 염종석.윤학길 등...


이 때 만큼 야구를 열성적이게 봤을 때가 있을까. 그 어린 나이에도 승부욕을 불태우며 타팀 선수를 미워하고
응원팀 선수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9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역시, 마산구장 1루존에 있을 때.
난 그날 뒤에서 날아온 소주병에 머리를 맞았고, 닭다리도 맞았으며, 옆에 아저씨들에게 맛있는것도 얻어먹었었다.
무엇보다 전준호가 1루에 나가 있을 때. 굉장한 큰 리드를 하고 있었지만, 상대 투수에게 견제가 없었다.
저 정도 큰 리드인데 견제가 없던거에 주변사람들은 의아해하였지만 이내 웃으며 투수에게 바보라고 놀렸고

보란듯이 전준호는 도루를 성공했다. 구장은 떠나갈듯 함성이 휘몰아쳤고.

그 외 다른 기억으론 OB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던가...

난 외삼촌과 5천원이란 거금의 내기를 했었고, 결국 내기에서 졌다. 그리고 그 충격은 상당히 오래 갔지...


그렇게 야구를 보며 즐거워하고 웃고 화도 내고, 조금이지만 야구에 대한 꿈도 키워갔다.
사실 주형광을 보며 투수를 하고 싶었지만, 금방 포지션은 포수로 바뀌었다.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었다

'임수혁' 이라는 3글자의 이름.

항상 찬스의 순간에 나타나서 점수를 내거나, 말아먹거나, 어떨 땐 시원한 홈런을 날리거나.

그리고 다시 묵묵히 앉아서 투수의 공을 받고 있는 그 사람을 참 좋아했던것 같다.


그리고 2000년 4월 18일 잠실 경기. TV로 야구 경기를 보다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고

그 뒤로 내 안에서 야구는 아픔으로 변했다.

3년을 같이한 그 사람의 사인이 들어간 포수 글러브도, 선수들 처럼 되보겠다고 용돈 300원식, 500원식.
추석 설날 새뱃돈까지 모아서 산 나무 배트도, 같은 동네 살던 전준호 선수, 공필성 선수의 사인도 없애버렸다.


흔히 말하는 롯데의 암흑기와 함께, 내 야구도 암흑으로 빠졌다.


그 뒤로 간간히 들리는 손민한이란 이름에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한번식 보았지만

내가 응원한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모습에 다시한번 실망하고, TV에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몇년 뒤, 어쩌다 TV에서 롯데 관련 기사를 보았고, 신임 감독이 외국인이란 사실에 놀라워했었다.
더군다나 성적도 잘나고 있었고, 젊고 쾌활한 선수들. 그리고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염종석이란 이름이

나를 다시 야구장으로 향하게 했다.

그 해가 바로 2008년. 조성환, 손민한, 이대호, 강민호, 가르시아. 무엇보다 조성환 선수가 눈에 들어오는건 2000년의 기억 때문일까.


그 때 다시 나에게로 온 야구는 옛 기억을 떠올렸고, 추억도 떠올렸다. 그렇게 2009년, 2010년. 올해 2011년.

참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다. 어찌보면 롯데라는 팀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 추억이 담긴 마산구장은 이제 롯데의 홈이 아닌 NC다이노스라는 신생팀의 홈이 되었고. 그 때의 그 추억들은 말그대로 추억이 될 것 같다.


NC랑도 참 끈질긴 인연이 있으니 웃길 노릇이다.


이제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지만 앞으로도 즐거워질 야구가 기대 된다.

추억은 방울처럼 이란 얘기가 있다. 길게는 떠오르지 않지만 좋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계속해서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최근 가장 공감가는 말.

최근 TV를 좀 자주보게 되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C/F는 두산 C/F.

사람이 미래다하는 그 C/F인데 거기서 나온 말 중에 매우 공감가는 대사가 있었다.

좋아하는 행동을 할 때 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신뢰가 쌓인다.


정말 공감간다. 좋아하는 행동 몇번해도 싫어하는 행동 한번에 싹 까먹어버리니까.

뭐 그렇다고 좋아하는 행동 0, 싫어하는 행동마저도 0면 어찌보면 남남의 관계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알아서 조절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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